우리 집 막내는 페르시안 고양이 수컷이다. 이 아이가 세 살 무렵이던 2021년, 몸에 동그란 탈모가 생겼다. 병원에서 들은 이름은 링웜, 정식으로는 피부사상균증이라고 했다. 곰팡이가 일으키는 피부병이고, 사람한테도 옮는 병이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아내한테 옮았다. 그때 우리 집에는 태어난 지 몇 달 안 된 첫째 딸이 있었다. 이 글은 고양이 링웜이 어떤 병이고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며 어떻게 치료하고 격리해야 하는지를, 막내를 두 번 겪으며 알게 된 것과 함께 정리한 것이다.
링웜은 벌레가 아니라 곰팡이다
이름 때문에 오해하기 쉬운데, 링웜은 벌레와 아무 상관이 없다. 영어 ringworm에서 온 말이고, 병변이 고리 모양으로 동그랗게 번지는 모습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실제 원인은 곰팡이다.
정식 명칭은 피부사상균증이다. 피부의 각질과 털을 먹고 자라는 곰팡이가 원인이고, 고양이에서는 대부분 견소포자균이라고 부르는 Microsporum canis라는 종이 범인이다. 이 곰팡이는 털이나 각질에 붙은 포자 형태로 옮겨 다닌다. 고양이끼리도 옮고, 강아지한테도 옮고, 사람한테도 옮는다.
병원에서 곰팡이 피부병이라고 하면 보통 이 링웜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왜 생기는지는 사실 정확히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막내가 왜 링웜에 걸렸는지 우리는 지금도 모른다. 밖에 나가는 아이도 아니고, 새로 들인 고양이도 없었다.
다만 두 번 다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컨디션이 안 좋아지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막내는 원래 예민한 아이라 스트레스를 받으면 특발성 방광염이 오는 몸인데, 그렇게 몸이 처지는 때에 피부에도 같이 올라왔다.
알아보니 이게 링웜의 특징이기도 했다. 링웜 곰팡이는 어디에나 있다. 건강한 성묘는 포자에 노출돼도 대개 아무 일 없이 넘어간다. 그런데 면역력이 떨어지면 그때 증상으로 올라온다. 그래서 어린 고양이, 노령묘, 지병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크게 받은 아이한테 잘 생긴다.
즉 우리 아이가 링웜에 걸렸다면 곰팡이가 어디서 왔는지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아이의 컨디션이 왜 떨어졌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증상이면 의심해보자
- 동그란 모양으로 털이 빠진다. 링웜의 가장 대표적인 신호다. 동전만 한 크기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 빠진 자리에 각질이나 비듬 같은 것이 하얗게 일어난다.
- 피부가 빨갛게 변하거나 딱지가 앉는다.
- 특정 부위를 유난히 긁거나 핥는다. 다만 가려움은 아이마다 편차가 커서, 별로 안 가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 얼굴, 귀 주변, 앞발처럼 몸 끝부분에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하나 알아둘 것이 있다. 링웜은 잠복기가 있다. 곰팡이에 노출되고 나서 증상이 눈에 보이기까지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쯤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오늘 발견한 병변은 이미 며칠 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것이다. 다묘 가정이라면 발견한 그 순간 이미 다른 아이한테도 넘어갔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눈으로만 봐서는 링웜인지 다른 피부병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병원에서 검사를 한다.
- 우드램프 검사. 특수한 자외선 램프를 비춰 형광 반응을 보는 방법이다.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먼저 해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것만으로 확진은 안 된다. 곰팡이 종류에 따라 반응하지 않기도 하고, 털을 어디서 뽑았느냐에 따라 음성으로 나오기도 한다. 우드램프에서 안 나왔다고 링웜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 곰팡이 배양검사. 병변 부위 털을 뽑아 DTM이라는 배지에 심고 곰팡이를 키워보는 방법이다. 가장 확실한 축에 속하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주일쯤 걸린다.
- PCR 검사. 유전자를 증폭해서 어떤 종의 곰팡이인지까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배양보다 빠르게 결과를 볼 수 있다.
배양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의심 단계에서 치료와 격리를 먼저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확진을 기다리는 사이에도 곰팡이는 계속 퍼지기 때문이다.
치료는 바르고 씻기고 먹이는 것이다
막내 때 우리가 한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병변에 약을 발라주는 것, 그리고 약용 샴푸로 약욕을 시키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링웜 치료는 세 축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 바르는 약. 병변 부위에 항진균 연고나 도포제를 쓴다.
- 약욕. 항진균 성분이 든 약용 샴푸로 몸 전체를 씻긴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눈에 보이는 병변만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털 전체에 포자가 묻어 있어서, 몸 전체를 씻겨야 집 안에 포자를 흘리고 다니는 것을 줄일 수 있다.
- 먹는 약. 범위가 넓거나 잘 낫지 않으면 항진균제를 경구로 처방한다. 이건 간 수치 등을 봐야 해서 반드시 수의사 처방으로만 쓴다.
여기서 각오해야 할 것이 기간이다. 링웜은 며칠 만에 끝나는 병이 아니다. 가벼우면 몇 주, 번진 상태면 두어 달까지도 간다. 겉으로 털이 다시 나기 시작해도 곰팡이가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닐 수 있어서, 병원에서는 배양검사가 두 번 연속 음성으로 나올 때까지 치료를 이어가는 것을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막내는 다행히 이 과정에서 순한 편이었다. 미용실에 데려가면 난리가 나는 아이인데, 신기하게 집에서 내가 씻길 때는 얌전히 있어준다. 약욕을 그렇게 여러 번 시켜야 했는데 이거라도 순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반대로 목욕을 극도로 싫어하는 아이라면 이 치료 자체가 큰 산이 될 수 있다. 약 먹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막내는 약을 사료에 섞어주면 개거품을 무는 아이라서, 우리는 결국 투약기를 쓰는 방법으로 정착했다.
사람한테 옮는다, 실제로 옮았다
이 글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다. 링웜은 인수공통감염병이다. 고양이한테서 사람으로 옮는다.
우리 집은 실제로 겪었다. 막내를 안고 지내던 아내한테 옮았다. 사람에게 나타나는 링웜은 백선이라고 부른다. 피부에 동그랗고 붉은 발진이 생기고, 가장자리가 도드라지면서 가운데는 좀 옅어지는 고리 모양이 되는 것이 전형적이다. 가렵고 각질이 일어난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그때 우리 집에는 태어난 지 몇 달 안 된 첫째 딸이 있었다. 아기와 어린이, 노약자,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링웜에 특히 취약하다. 사람한테 옮는 병이 아기가 있는 집 안에서 돌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급해졌다. 아이한테만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혹시 반려동물이 링웜 진단을 받았고 가족 중 누군가 피부에 동그란 발진이 생겼다면, 연고를 아무거나 바르지 말고 피부과에 가보길 권한다. 무좀약이 듣는 곰팡이인지, 아니면 습진처럼 다른 병인지에 따라 써야 할 약이 완전히 다르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잘못 바르면 오히려 번지기도 한다.
그래서 방묘문을 샀다
격리가 필요했다. 아기가 있는 공간과 막내가 지내는 공간을 나눠야 했다.
그래서 방묘문을 샀다. 사실 반신반의했다. 고양이는 웬만한 문쯤은 훌쩍 뛰어넘는다고들 하니까. 그런데 막내는 못 넘었다. 워낙 덩치가 크고 무거운 뚱냥이라 그랬다. 살을 못 빼주는 게 늘 미안했는데, 그때만큼은 그게 도움이 됐다.
링웜 격리에서 지켜야 할 기본은 이렇다.
- 치료 중인 아이는 별도 공간에서 지내게 한다. 청소하기 쉬운 방이면 더 좋다.
- 밥그릇, 물그릇, 화장실, 방석, 장난감을 다른 아이들과 따로 쓴다.
- 만지고 나면 손을 씻는다. 옷에도 털과 포자가 묻는다.
- 아기, 어린이, 면역력이 약한 가족과의 접촉을 특히 조심한다.
솔직히 이 시기가 제일 힘들었다. 아픈 아이를 안아주지도 못하고 문 하나 사이에 두고 지내는 게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막내는 왜 자기만 떨어뜨려놓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격리해두고 약 바르고 약욕시키기를 한참 반복하면서 버텼다.
집 청소가 치료의 절반이다
링웜이 다른 피부병과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아이만 치료해서는 끝나지 않는다.
포자가 털에 붙어 집 안 곳곳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포자는 환경에서 상당히 오래 버틴다. 아이는 다 나았는데 집에 남은 포자 때문에 다시 걸리는 일이 그래서 생긴다.
- 빠진 털을 자주 치운다. 청소기와 돌돌이를 부지런히 돌린다.
- 방석, 담요, 커버처럼 빨 수 있는 것은 자주 세탁한다.
- 바닥과 가구는 소독한다. 쓸 소독제는 병원에 물어보는 것이 확실하다.
- 환기와 제습에 신경 쓴다. 곰팡이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다묘 가정이거나 강아지가 같이 있다면 더 신경 써야 한다. 우리 집은 강아지가 셋에 고양이가 둘인데, 다행히 막내 외에 다른 아이한테는 번지지 않았다.
한 번 걸리면 다시 온다
막내는 링웜을 두 번 겪었다. 첫 번째를 그렇게 고생해서 잡았는데, 시간이 지나 컨디션이 떨어지자 또 올라왔다.
알아보니 이것도 링웜의 성질이었다. 몸에 남아 있던 곰팡이가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다시 증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막내는 방광염이든 피부병이든 그런 몸이었다. 한번 겪은 병은 몸이 약해질 때마다 다시 찾아왔다.
그래서 링웜을 한 번 겪은 집이라면 다 나은 뒤에도 관심을 놓지 않는 편이 좋다. 특히 이사, 새 식구, 병치레처럼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에는 피부를 한 번씩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찾은 예방법은 미용이었다
두 번을 겪고 나서 우리 집에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 막내는 주기적으로 미용을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페르시안이라 털이 길다. 털이 길게 자라면 피부가 아예 안 보인다. 그러다 보면 피부에 뭐가 올라와도 한참 뒤에야 알아챈다. 실제로 첫 번째 때가 그랬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꽤 진행된 뒤였다.
털을 짧게 정리해두면 피부 상태가 바로바로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우리 집 미용은 예뻐 보이려고 하는 미용이 아니라 피부를 확인하려고 하는 미용이다. 한번 크게 고생하고 나니 이게 제일 확실한 예방이었다.
페르시안, 메인쿤처럼 털이 긴 아이를 키운다면 특히 그렇다. 장모종은 링웜 발견이 늦어지기 쉽다. 미용까지는 아니더라도 빗질할 때 피부를 같이 들여다보는 습관만 들여도 다르다.
정리하면
고양이 링웜은 곰팡이가 일으키는 피부병이고, 동그란 탈모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면역력이 떨어질 때 올라오고, 한 번 걸리면 재발하기 쉽다. 치료는 바르는 약과 약용 샴푸, 필요하면 먹는 약까지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한테 옮는다. 우리 집은 아내가 옮았고 갓난아기가 있어서 방묘문까지 세워 공간을 나눠야 했다. 아이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집 안 포자까지 같이 잡아야 진짜 끝이 난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
지금 막내는 아무 데도 아프지 않다. 여전히 예민하고 여전히 뚱뚱하지만 피부는 깨끗하다. 주기적으로 털을 밀어주면서 피부를 확인하는 것, 그게 우리가 두 번의 고생 끝에 얻은 답이었다.
이 글은 수의학 정보가 아니라 한 보호자의 경험 기록이다. 동그란 탈모나 각질이 보인다면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진료와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가족의 피부에 증상이 생겼다면 사람은 피부과로 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