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강아지가 셋, 고양이가 둘이다. 개도 키우고 고양이도 키우다 보니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강아지가 나아요, 고양이가 나아요. 처음 반려동물을 들이려는 사람일수록 이걸 제일 궁금해한다. 그런데 몇 년을 둘 다 키워보고 내린 결론은, 정답은 없고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좋은 게 아니라 나한테 맞는 쪽이 있는 거였다. 그래서 둘 다 키워본 아빠 입장에서 느낀 차이를 솔직하게 풀어보려고 한다.
강아지는 아들, 고양이는 딸 같다
내가 둘을 키우면서 제일 먼저 든 느낌은 이거였다. 강아지는 아들 같고 고양이는 딸 같다.
강아지는 내가 오면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반긴다. 좋으면 좋다고 온몸으로 표현하고 뒤끝이 없다. 아들처럼 단순하고 직진이다. 고양이는 좀 다르다. 반가워도 안 반가운 척, 좋아도 좋은 티를 다 안 낸다. 그러다 자기가 내키면 슬쩍 다가온다. 그 밀당하는 느낌이 딸 같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느낀 비유지만, 두 동물의 성격 차이를 이만큼 잘 설명하는 말도 없는 것 같다.
제일 현실적인 기준은 내가 부지런한가다
성격이니 취향이니 하기 전에, 제일 현실적인 기준을 하나 말하고 싶다. 내가 부지런한 사람인가 아닌가다.
엄청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강아지가 맞다. 나는 좀 게으른 편이다 싶으면 고양이가 맞다. 이게 왜 그런지는 두 가지에서 갈린다. 산책과 여행이다.
- 강아지는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 그것도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꾸준히 매일이다. 비가 와도, 피곤해도, 추워도 나가야 한다. 산책을 안 하면 강아지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 고양이는 산책이 필요 없다. 집 안에서 캣타워 오르내리고 사냥놀이만 해줘도 충분하다. 이 하나만으로도 손이 훨씬 덜 간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강아지를 키우면 어디 훌쩍 떠나기가 힘들다. 데려가든지, 맡기든지, 누가 봐주든지 해야 한다. 반면 고양이는 하루 이틀 정도는 밥과 물, 화장실만 넉넉히 챙겨두면 집을 비워도 괜찮은 편이다. 물론 오래는 안 되지만, 짧은 여행 정도의 자유는 고양이 쪽이 훨씬 낫다.
그래서 나는 첫 반려동물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걸 제일 먼저 묻는다. 매일 산책 나갈 자신 있어요. 여기서 대답이 갈린다.
배변훈련도 큰 차이다
손이 가느냐 안 가느냐를 따질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배변 문제다. 이것도 강아지와 고양이가 확실히 다르다.
강아지는 배변훈련이 필수다. 정해진 자리에 볼일을 보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시간과 인내가 든다. 실수하면 치우고, 잘하면 칭찬하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계속 반복해야 한다. 훈련이 덜 되면 여기저기 실수를 해서 한동안 고생한다. 우리도 강아지들 배변 자리를 잡아주기까지 꽤 씨름했다.
고양이는 이게 거의 없다. 화장실만 하나 놓아주면 알아서 모래에 볼일을 본다.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모래를 파고 자기 흔적을 덮는다. 우리 집 고양이들도 처음부터 화장실을 알아서 잘 가렸다. 사람이 손댈 일이 거의 없었다. 이 하나만으로도 초반에 드는 품이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배변까지 생각하면, 부지런히 가르칠 자신이 있으면 강아지, 그 과정이 부담스러우면 고양이 쪽이 편하다. 앞서 말한 산책이나 여행과 같은 결이다. 결국 내가 얼마나 손을 쓸 수 있는 사람이냐로 돌아온다.
털빠짐은 둘 다 각오해야 한다
많이들 강아지는 털이 빠지고 고양이는 안 빠진다거나 그 반대로 생각하는데, 둘 다 빠진다. 다만 빠지는 양상이 다르고, 특히 강아지는 견종에 따라 천지차이다.
우리 집만 봐도 그렇다. 강아지가 셋인데 털빠짐이 제각각이다.
- 푸들, 비숑 같은 종은 털이 거의 안 빠진다. 우리 집 토이푸들이 딱 그렇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털이 정말 적다. 말티즈도 많이 안 빠지는 편에 속한다.
- 포메라니안은 정말 많이 빠진다. 같은 집 안인데 우리 포메는 털이 엄청나게 빠진다. 단모종 강아지도 짧은 털이 계속 빠져서 옷에 붙는다. 같은 강아지라도 이만큼 차이가 난다.
그러니 강아지를 털 안 빠지는 동물로 생각하고 들이면 견종에 따라 크게 당황할 수 있다. 털 관리가 부담이라면 푸들이나 비숑처럼 덜 빠지는 종을 알아보는 게 낫다.
고양이는 여기서 강아지랑 완전히 다르다. 강아지는 안 빠지는 종이라도 있지만, 고양이는 안 빠지는 종이 없다. 장모종이든 단모종이든 다 빠진다. 우리 집 고양이는 둘 다 페르시안, 장모종이다. 장모종은 털이 길어서 빠진 털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햇빛이 들어오면 털이 날리는 게 보여서 좀 충격이다. 그렇다고 단모종이 덜 빠지는 것도 아니다. 단모종은 털이 짧아서 날리는 게 잘 안 보일 뿐, 빠지는 양은 절대 적지 않다. 오히려 짧은 털이 옷에 콕콕 박혀서 이건 이것대로 성가시다. 정리하면 고양이는 종을 떠나 털빠짐은 그냥 각오해야 하는 동물이다.
정리하면, 털을 기준으로 제일 편한 건 푸들이나 비숑 같은 강아지다. 강아지는 종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고양이는 어떤 종이든 다 빠진다고 보면 된다. 털 날리는 게 정말 싫은 사람이라면 이 차이를 꼭 알고 시작해야 한다.
애교는 둘 다 많다
고양이는 애교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도도하고 새침해서 사람한테 관심 없다는 이미지다. 그런데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집 고양이들은 애교가 넘친다. 부르면 오고, 옆에 와서 부비고, 배를 뒤집고 눕는다. 강아지 못지않다. 물론 고양이마다 성격이 달라서 정말 무뚝뚝한 아이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고양이라서 애교가 없는 게 아니라 그 아이 성격이 그런 거지, 고양이 전체가 그렇다고 묶는 건 오해다. 강아지도 애교 많고 고양이도 애교 많다. 이건 종의 문제가 아니라 개체의 문제다.
애정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애교는 둘 다 많은데, 애정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은 확실히 다르다. 나는 이 차이가 강아지와 고양이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강아지는 한번 예뻐해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쓰다듬으면 더 해달라고 들이대고, 안아주면 계속 붙어 있으려고 한다. 아무리 예뻐해줘도 부족하다는 듯이 다 받아준다. 그래서 강아지를 만지고 있으면 내가 사랑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받는 기분이 든다.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적당히 예뻐해주면 어느 순간 슬쩍 일어나서 가버린다. 나는 더 만지고 싶고 더 예뻐해주고 싶은데, 자기는 이만하면 됐다는 듯이 떠난다. 그 뒷모습을 보면 서운하면서도 웃기다. 딱 사람하고 밀당하는 것 같다. 더 해주고 싶게 만들어놓고 먼저 가버리니까.
그런데 신기한 건, 이 밀당이 또 매력이다. 강아지의 무조건적인 사랑도 좋지만, 고양이가 어쩌다 먼저 다가와 부빌 때의 그 기분은 또 다르다. 쉽게 안 주니까 받을 때 더 특별하다.
그래서 누구한테 뭐가 맞을까
지금까지 느낀 걸 사람 유형별로 정리하면 이렇다.
- 강아지가 맞는 사람. 매일 산책 나갈 만큼 부지런하고, 표현이 확실한 사랑을 원하고, 여행보다 집에서 함께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
- 고양이가 맞는 사람. 산책까지는 부담스럽고, 가끔 짧게 집을 비울 일이 있고, 적당한 거리감 있는 관계가 편한 사람.
- 털 관리가 부담인 사람. 강아지라면 푸들이나 비숑처럼 덜 빠지는 종이 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종을 떠나 다 빠지니, 털 날림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강아지 중에서 고르는 게 낫다.
결국 어느 쪽이 더 좋은 동물이라는 건 없다. 내 생활 방식과 성격에 맞는 쪽이 있을 뿐이다. 부지런한 사람한테는 강아지가, 여유를 두고 싶은 사람한테는 고양이가 맞다. 그뿐이다.
나는 둘 다라 좋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둘 다 키우는 지금이 좋다. 퇴근하고 오면 강아지들이 온몸으로 반겨주고, 소파에 앉으면 고양이가 슬쩍 와서 옆에 눕는다. 직진하는 사랑과 밀당하는 사랑을 다 받는 셈이다.
물론 다섯을 키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털도 두 배로 날리고, 산책도 시켜야 하고,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강아지의 단순한 사랑과 고양이의 새침한 매력을 한 집에서 다 누리는 건 확실히 특별하다.
강아지와 고양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어느 쪽이 더 좋은지 묻기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생각해보길 권한다. 답은 그 안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