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강아지 세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가 산다. 그중 열한 살 쉐리는 심장병으로 매일 아침저녁 약을 먹는다. 이렇게 여러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약 먹이는 일이 정말 잦은데, 그동안 주사기, 알약 투여기, 투약 보조제 세 가지를 다 써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약 먹이는 데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아이마다, 약마다, 그날 컨디션마다 맞는 방법이 다르다. 세 가지를 실제로 써본 장단점을 정리해둔다.
1. 주사기로 직접 먹이기 (강제 급여)
첫 번째는 주사기다. 주로 가루약을 먹일 때 쓴다. 가루약을 소량의 물에 잘 개어 주사기에 넣고, 강아지 어금니 쪽 볼 옆으로 조금씩 흘려 넣어준다. 바늘은 당연히 빼고 몸통만 쓴다.

- 장점. 강제로 먹이는 방식이라, 아이가 거부해도 약을 확실히 입에 넣을 수 있다. 가루약이나 액상 약에 잘 맞는다.
- 단점. 강제 급여라 아이가 먹기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 번에 많이 넣으면 사레들리기 쉬워 조금씩 나눠 넣어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
요령은 고개를 너무 젖히지 말고, 볼 옆 틈으로 조금씩 넣어 삼킬 시간을 주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쉐리는 24시 동물병원에서 주던 약은 주사기로도 잘 먹었는데, 병원을 옮기고 받은 약은 주사기로 먹이려니 유독 힘들어했다. 같은 아이라도 약이 바뀌면 되던 방법이 안 되기도 한다.
2. 알약 투여기 (투약기)
두 번째는 알약 투여기다. 주사기처럼 생긴 기구로, 끝의 말랑한 실리콘에 알약을 끼운 뒤 입 안 깊숙이 넣고, 피스톤을 밀어 알약을 혀뿌리 너머 식도 쪽으로 쏘듯이 밀어 넣는 도구다. 손가락을 입 안 깊이 넣지 않아도 돼서, 손을 무서워하는 아이나 입을 잘 벌리지 않는 고양이에게 특히 쓸모가 있다.

- 장점. 손을 물릴 걱정 없이 알약을 목 안쪽에 정확히 넣을 수 있다. 알약을 통째로 먹여야 할 때 편하다.
- 단점. 이것도 결국 강제로 밀어 넣는 방식이라, 아이가 강하게 거부하면 쉽지 않다.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으면 어렵고, 너무 깊거나 세게 밀면 목을 다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 번거로움. 병원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내가 다닌 병원들은 알약을 바로 만들어주지 않고 가루약과 빈 공캡슐을 함께 줬다. 그러면 집에 와서 그 가루약을 캡슐 하나하나에 일일이 옮겨 담아야 하는데, 이게 정말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간다. 게다가 매일 먹는 약이면 이 작업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혀뿌리를 살짝 넘긴 위치에서 피스톤을 밀어 알약을 넣고, 바로 입을 다물어준 뒤 목을 부드럽게 쓸어내리거나 물을 조금 먹여 삼키게 하면 성공률이 올라간다. 다만 너무 세게 밀지 않도록 주의하고, 처음엔 서툴러도 몇 번 해보면 요령이 붙는 편이다.
3. 투약 보조제
세 번째는 투약 보조제다. 약을 무언가에 숨겨 간식처럼 먹이는 방법인데, 시판 투약 보조제 간식도 있지만 나는 주로 습식사료에 약을 섞어 먹인다. 강제로 먹이지 않으니 아이의 스트레스가 가장 적다.

- 장점. 간식으로 알고 잘 먹어주면 서로 편하다. 붙잡고 입을 벌릴 필요가 없어 스트레스가 적다.
- 단점. 이건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눈치 빠른 아이는 습식사료만 먹고 약을 남기기도 하고, 특히 가루약은 사료에 섞어도 맛을 느끼는 순간 거부하거나 거품을 무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알약보다 가루약이 숨기기 더 까다롭다.
지금 쉐리는 습식사료에 약을 섞어주지 않으면 먹이기가 어렵다. 요령은 약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사료 안쪽에 잘 섞는 것, 그리고 약을 넣지 않은 사료를 먼저 몇 입 줘서 경계심을 낮추는 것이다. 배가 고플 때 주면 성공률이 더 높다.
반대로 우리 집 고양이 막내에게는 이 방법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사료에 섞어줘도 가루약 맛을 느끼는 순간 거품을 물어서, 결국 투약기로만 약을 먹일 수 있었다. 막내가 특발성 방광염으로 약을 먹으며 겪은 이야기다.
정답은 없다, 그때그때 바꾼다
세 가지를 다 써보고 내린 결론은, 어느 하나가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집만 해도 강아지 세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가 전부 다르다. 같은 약이라도 이 아이는 보조제로 잘 먹고, 저 아이는 주사기라야 하고, 어떤 아이는 투여기가 편하다. 심지어 같은 아이도 약이 바뀌면 되던 방법이 안 되기도 한다. 쉐리가 그랬다.
약이 가루냐 알약이냐에 따라서도 갈린다. 가루약은 물에 개어 주사기로, 알약은 투여기나 보조제로 가는 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세 가지를 다 갖춰두고 아이와 약과 그날 상태에 맞춰 그때그때 바꾼다. 하나에만 의존하기보다 몇 가지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거르지 않는 것
방법이 무엇이든,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은 하루도 거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심장약처럼 정해진 시간에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은 한 번 거르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아이한테 되는 방법을 하나라도 찾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안 먹으려 한다고 포기하기보다, 방법을 바꿔가며 맞는 길을 찾는 편이 낫다.
이 글은 수의학 정보가 아니라 여러 반려동물을 키우며 겪은 경험 기록이다. 약의 종류와 용량, 먹이는 방법은 반드시 담당 수의사와 상의하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