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과 대처법, 후라이팬 기름 먹은 루이 이야기

우리 집 첫째 고양이 루이는 사고를 한 번 크게 쳤다. 부엌에 놔둔 후라이팬의 기름을 홀랑 핥아먹은 것이다. 얼마 뒤 루이가 비틀비틀 헤롱헤롱하는 걸 보고 깜짝 놀라 24시간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토하게 하는 처치를 시도했지만 이미 소화가 된 뒤였다. 다행히 수의사 선생님은 사료에도 기름이 들어 있으니 큰 무리는 없을 거라며, 며칠 설사를 할 거라고 했다. 정말 며칠 설사를 하고는 회복했다. 그 뒤로 우리 집은 설거지를 절대 미루지 않는다. 이 글은 그 일을 계기로 알아본, 고양이가 먹으면 안 되는 것들과 잘못 먹었을 때의 대처법을 정리한 것이다.

고양이는 호기심에 뭐든 먹는다

루이 일을 겪으며 새삼 느낀 게 있다. 고양이는 생각보다 아무거나 입에 댄다는 것이다. 사람 눈엔 저걸 왜 먹나 싶은 것도 호기심에 핥고 씹는다.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고양이가 사람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다. 같은 양을 먹어도 몸집이 작으니 그 영향이 훨씬 크게 온다. 사람에겐 아무것도 아닌 양이 고양이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아이 주변에 뭘 두는지, 뭘 먹이는지 늘 신경 써야 한다.

고양이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

고양이에게 위험한 대표적인 음식들이다. 사람에게는 흔한 것들이라 더 조심해야 한다.

  • 양파, 마늘, 파, 부추. 고양이의 적혈구를 파괴해 빈혈을 일으킬 수 있다. 익혀도 위험하고, 국물에 우러난 것도 안 된다. 사람 음식에 워낙 흔히 들어가서 특히 주의해야 한다.
  • 초콜릿. 카카오의 테오브로민이라는 성분이 고양이에게 독이다. 소량으로도 구토, 경련,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 포도, 건포도. 급성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정확한 독성 성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치명적일 수 있어 절대 주면 안 된다.
  • 카페인, 알코올. 커피, 콜라, 에너지음료, 술은 모두 위험하다. 해독제가 없어서 특히 치명적이다.
  • 우유. 의외겠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는 우유의 유당을 소화하지 못해 설사나 구토를 한다. 고양이 전용 우유가 아니면 주지 않는 게 좋다.
  • 익히지 않은 생선, 생고기. 세균이나 기생충 위험이 있다. 생선을 주고 싶다면 익혀서 소량만 준다.
  • 뼈. 닭 뼈 같은 것은 소화관에 상처를 내거나 목에 걸릴 수 있다.
  • 아보카도, 자일리톨. 아보카도의 페르신, 껌이나 사탕에 든 자일리톨도 고양이에게 해롭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사람이 먹는 음식은 되도록 고양이에게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좋은 마음으로 나눠준 한 입이 아이를 아프게 할 수 있다.

음식만 위험한 게 아니다

루이가 먹은 건 음식이라기보다 기름이었다. 이처럼 음식이 아닌 것도 얼마든지 사고의 원인이 된다.

고양이는 비닐봉지, 실이나 끈, 고무줄, 전선 같은 것을 씹거나 삼키기도 한다. 특히 실이나 끈은 삼키면 장을 조여 아주 위험하다. 세제나 방향제 같은 화학 제품, 사람이 먹는 약도 마찬가지다. 우리 집처럼 조리 기름이 묻은 그릇도 방심하면 사고가 난다. 고양이가 닿을 만한 곳에 이런 것들을 두지 않는 습관이 중요하다.

사실 루이는 기름과 인연이 많은 아이다. 후라이팬 기름 사건 말고도, 자전거 체인에 칠해둔 기름에 온몸을 부비부비해서 하얀 털이 시커멓게 된 적도 있다. 그때는 삼킨 게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고양이는 몸에 뭔가 묻으면 그루밍으로 그걸 핥아 삼키기 때문에 이것도 결코 안심할 일이 아니었다. 몸에 이상한 게 묻었다면 아이가 핥기 전에 얼른 닦아주거나 씻겨야 한다.

잘못 먹었을 때 대처법

혹시 고양이가 위험한 걸 먹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그날 겪으며, 또 알아보며 정리한 것은 이렇다.

  • 억지로 토하게 하지 않는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잘못 토하게 하면 오히려 기도로 넘어가거나 식도를 다칠 수 있다. 우리도 토하게 하려 했지만 이미 소화된 뒤였고, 사실 이건 함부로 할 게 아니었다. 토하게 하는 처치는 병원에서 판단할 일이다.
  •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확인한다. 병원에서 이걸 물어보니 최대한 파악해두면 좋다.
  • 먹은 것과 토사물을 챙겨 간다. 먹은 음식의 포장이나 남은 것, 토한 것을 버리지 말고 가져가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 바로 병원에 간다. 증상이 없어 보여도 안심하면 안 된다. 독성은 시간이 지나 나타나기도 한다. 의심되면 지체 없이 병원으로 가는 게 맞다.

중독 증상으로는 침 흘림, 구토, 설사, 경련, 떨림, 술 취한 듯 비틀거리는 행동, 축 처짐 등이 있다. 루이도 비틀비틀 헤롱헤롱했던 게 딱 그런 신호였다. 이런 모습이 보이면 바로 움직여야 한다.

결국은 예방이다

루이 사건 이후 우리 집이 바뀐 건 단순하다. 위험한 걸 아예 고양이 눈과 발이 닿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이다.

  • 사람 음식은 되도록 주지 않는다.
  • 설거지를 미루지 않는다. 기름 묻은 그릇을 방치하지 않는다.
  • 실, 끈, 비닐, 고무줄, 약, 세제는 서랍이나 닫힌 곳에 보관한다.
  • 음식을 조리하거나 먹을 때 고양이가 못 올라오게 신경 쓴다.
  • 집 근처 24시간 동물병원의 위치와 연락처를 미리 알아둔다. 우리도 급하게 검색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는데, 미리 알아뒀다면 훨씬 빨랐을 것이다.

루이는 다행히 큰 탈 없이 지나갔지만, 그날의 놀란 마음은 지금도 생생하다. 참고로 우리 루이 이야기는 오드아이 글에도 담아두었다. 사고뭉치지만 사랑스러운 우리 집 첫째 고양이다.

고양이는 아무거나 입에 대는 동물이고, 작아서 더 위험하다. 위험한 걸 미리 치워두는 것, 그리고 잘못 먹었을 때 당황하지 말고 병원으로 가는 것. 이 두 가지만 기억해도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 글은 수의학 정보가 아니라 한 보호자의 경험과 자료를 정리한 기록이다. 고양이가 위험한 것을 먹은 것으로 의심되면 반드시 즉시 동물병원의 진료를 받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