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나를 빼고 온 가족이 알러지가 있다. 아내는 비염이 심하고, 두 딸은 검사에서 강아지와 고양이 알러지가 모두 양성으로 나왔다. 그런데도 우리 집에는 강아지가 셋, 고양이가 둘 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별 이상 없이 잘 지낸다. 이 이야기를 하면 다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묻는다. 그래서 반려동물 알러지가 무엇이고, 입양 전에 왜 꼭 확인해야 하는지, 우리 가족의 경우와 함께 정리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알러지는 입양 전에 반드시 체크해야 할 중요한 항목이다.
반려동물 알러지, 사실 털 때문이 아니다
흔히 반려동물 알러지를 털 알러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확히는 털 자체가 원인이 아니다.
진짜 원인은 동물의 침, 피부 비듬, 소변 등에 들어 있는 특정 단백질이다. 고양이는 Fel d1, 강아지는 Can f1이라는 성분이 대표적인 알레르겐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성분이 털에 묻어서 옮겨 다니는 것뿐이다. 그래서 털이 적게 빠지는 종이라고 해서 알러지가 없는 게 아니다. 게다가 이 물질은 입자가 아주 작고 가벼워서 공기 중에 오래 떠다니고 벽이나 가구에 잘 달라붙는다. 그래서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재채기나 콧물이 난다.
어떤 증상으로 나타날까
- 재채기, 콧물, 코막힘 같은 비염 증상
- 눈이 가렵거나 충혈되고 눈물이 남
- 피부 발진, 두드러기, 가려움
- 심하면 기침이나 천식 같은 호흡기 증상
우리 아내가 딱 비염 쪽이다. 원래 비염이 있는데 반려동물과 지내며 약으로 관리하고 있다. 심한 사람은 이런 증상 때문에 일상이 힘들어질 정도라,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검사상 양성인데 왜 괜찮을까
우리 집에서 제일 신기한 건 두 딸이다. 알러지 검사를 하면 강아지도 고양이도 양성으로 나오는데, 정작 생활하면서는 별 증상이 없다. 강아지와 고양이 때문에 아프거나 고생한 적이 없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짚이는 게 하나 있다.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집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있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자란 것이다.
알아보니 실제로 이와 관련된 연구들이 있었다. 어린 시절, 특히 아주 어릴 때부터 반려동물에 노출된 아이들이 자라서 알러지나 천식이 생길 위험이 오히려 낮더라는 것이다. 개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거나 여러 마리를 키우는 집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 크다는 연구도 있었다. 우리 집이 강아지 셋에 고양이 둘이니 딱 그런 환경인 셈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몸이 적응한 게 아닐까 싶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런 경향이 있다는 연구일 뿐, 반려동물을 키우면 아이 알러지가 반드시 예방된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자들도 상관관계이지 확실히 증명된 인과는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러니 알러지 예방을 목적으로 동물을 들이는 건 곤란하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도 그저 운이 좋았던 쪽에 가깝다고 본다.
중요한 건 순서다
여기서 꼭 짚고 싶은 게 있다. 우리 집은 동물이 먼저 있고 그 뒤에 아이들이 태어난 경우다. 그래서 아이들이 처음부터 적응하며 자랄 수 있었다.
그런데 순서가 반대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미 가족이 다 자라 있고, 그중 누군가 알러지가 있는 상태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새로 들인다면, 그 사람은 곧바로 알러지 증상으로 고생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처럼 어릴 때부터 적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알러지가 있는 성인에게 반려동물을 새로 들이는 건 우리 집 상황과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집 사례를 보고 알러지 있어도 괜찮구나 하고 넘겨짚으면 안 된다고 꼭 말하고 싶다. 우리는 순서와 운이 맞아떨어진 특수한 경우다.
그래서 입양 전에 꼭 확인하자
반려동물을 들이기 전, 알러지는 반드시 체크해야 할 항목이다. 예뻐서 덜컥 데려왔다가 가족이 알러지로 고생하면, 결국 아이를 다시 내보내는 파양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건 동물에게도 가족에게도 큰 상처다.
- 가족 구성원의 알러지부터 확인한다. 특히 함께 사는 사람 중에 비염, 천식, 알러지 이력이 있는지 본다.
- 병원에서 알러지 검사를 받아본다. 강아지, 고양이 알레르겐에 반응하는지 미리 알 수 있다.
- 임시 보호로 미리 지내본다. 데려오기 전에 며칠 함께 지내보며 증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게 제일 확실하다.
강아지와 고양이 중 무엇을 들일지 고민 중이라면 둘 다 키워본 비교 글도 참고가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알러지 확인은 공통으로 거쳐야 할 단계다.
이미 키우는데 알러지가 있다면
이미 함께 살고 있는데 가벼운 알러지가 있다면, 관리로 증상을 줄일 수 있다. 우리 아내가 비염 약으로 버티는 것처럼 말이다. 알레르겐을 줄이는 방법들이다.
- 주기적인 목욕과 털 관리. 비듬을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을 주 1~2회 정도 씻기고 자주 빗질한다.
- 침구는 뜨거운 물로 세탁. 알레르겐을 없애려면 60도 이상 뜨거운 물 세탁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 카펫과 천 소파를 줄인다. 알레르겐이 잘 쌓이는 천 소재 대신 청소하기 쉬운 바닥재가 낫다.
- 공기청정기와 환기.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알레르겐을 줄여준다.
- 침실에는 동물을 들이지 않는다. 최소한 자는 공간만이라도 알레르겐을 줄이면 증상 관리에 도움이 된다.
- 심하면 병원 상담. 약물이나 면역치료로 체질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고 하니 전문의와 상의하는 게 좋다.
다만 증상이 심하거나 천식으로 이어진다면 무리하지 않는 게 맞다. 사람 건강이 먼저다.
알러지, 미리 알고 시작하자
우리 집은 온 가족이 알러지 소인이 있으면서도 다섯 마리와 함께 산다. 하지만 그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특수한 경우이고, 아내는 지금도 약으로 관리하며 지낸다. 결코 알러지가 있어도 문제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반려동물은 한번 데려오면 십수 년을 함께하는 가족이다. 데려온 뒤에 알러지로 서로 힘들어지는 일이 없도록, 입양 전에 가족의 알러지를 꼭 확인하고 신중하게 시작하길 권한다. 그게 사람에게도, 데려올 아이에게도 서로를 위하는 길이다.
이 글은 의학 정보가 아니라 한 보호자의 경험과 자료를 정리한 기록이다. 알러지 증상이 있거나 걱정된다면 반드시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와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