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고양이 합사, 셋과 둘이 한집에 사는 법 (첫 만남부터 공간 배치까지)

우리 집에는 강아지가 셋, 고양이가 둘 있다. 종이 다른 다섯 아이가 한집에서 큰 다툼 없이 어울려 산다. 이 이야기를 하면 강아지랑 고양이가 어떻게 같이 사냐고, 안 싸우냐고 많이들 묻는다. 사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사이가 나쁘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그런데 우리 집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이 글은 강아지와 고양이가 같이 사는 게 가능한지, 어떻게 하면 잘 지내게 할 수 있는지를 우리 집 경험과 함께 정리한 것이다.

우리 집은 생각보다 쉬웠다, 이유가 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집 합사는 크게 힘들지 않았다.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이 처음부터 별 탈 없이 잘 지냈다.

그런데 여기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 집 고양이 첫째 루이를 데려올 때, 강아지와 고양이를 같이 키워도 되는지 한참 찾아봤다. 그때 알게 된 게 이거였다. 둘 다 어릴 때 만나면 잘 어울리지만, 고양이가 다 크고 나서 강아지를 들이거나 그 반대가 되면 어려워진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마침 강아지들도 어렸고 루이도 새끼였다. 그래서 서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즉 우리 집이 쉬웠던 건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타이밍이 맞아서였다. 이게 합사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 먼저 짚고 싶었다.

핵심은 나이와 성격이다

강아지와 고양이 합사의 성공을 가르는 건 크게 두 가지다. 나이와 성격이다.

어릴수록 쉽다. 아직 자기 영역이나 습성이 굳어지기 전이라 새로운 친구를 스펀지처럼 받아들인다. 반대로 이미 다 큰 성견이나 성묘라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끝까지 서먹할 수도 있다. 성격도 중요하다. 순하고 사교적인 아이라면 종이 달라도 금방 친해지지만, 예민하거나 영역 의식이 강한 아이라면 공을 더 많이 들여야 한다.

그러니 지금 우리 아이가 성견, 성묘라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어린 경우보다 더 천천히,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첫 만남부터 마주치게 하면 안 된다

합사에서 가장 흔한 실수가 처음부터 둘을 바로 만나게 하는 것이다. 서로 처음 보는 다른 종의 동물을 갑자기 마주치게 하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놀란 고양이가 하악질을 하거나 강아지가 짖으면 첫인상이 나빠져서 이후 관계가 더 꼬인다.

그래서 정석은 처음에 공간을 완전히 분리해두고, 아주 천천히 단계를 밟아 서로에게 익숙해지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순서는 보통 소리, 냄새, 시각, 접촉의 단계로 진행한다.

단계별 합사 방법

  • 1단계, 소리에 적응. 방을 나눠 따로 지내게 하면서 문 너머로 서로의 소리만 듣게 한다. 이때 각자의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밥을 주면, 상대의 소리와 맛있는 기억이 연결되어 좋은 인상이 생긴다고 한다.
  • 2단계, 냄새 교환. 서로의 담요나 장난감처럼 체취가 밴 물건을 바꿔줘서 냄새로 상대를 익히게 한다.
  • 3단계, 눈으로 보기. 문이나 펜스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볼 수 있게 한다. 이때 아이들 반응을 잘 살펴야 한다.
  • 4단계, 직접 대면. 앞 단계가 편안해지면 그때 짧게 직접 만나게 한다. 처음엔 짧게, 보호자가 지켜보는 상태에서 시작해 조금씩 시간을 늘린다.

이 과정은 평균 한 달에서 두 달쯤 걸린다고 한다. 어린 아이일수록, 성격이 순할수록 짧아진다. 제일 중요한 건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한 단계에서 불안해하면 다시 이전 단계로 돌아가면 된다.

공간을 나눠주는 게 중요하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습성이 다르다. 그래서 공간도 각자에게 맞게 만들어줘야 한다.

  • 고양이에게는 높은 곳과 도망갈 길을. 고양이는 불안하면 높은 곳으로 피한다. 캣타워나 선반처럼 위로 올라가 강아지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꼭 만들어줘야 한다.
  • 강아지에게는 아늑한 자기 자리를. 강아지는 조용히 쉴 수 있는 낮고 편안한 공간이 좋다.
  • 고양이 화장실은 강아지가 못 가는 곳에. 강아지가 고양이 화장실을 뒤지는 일이 흔한데, 고양이에게 큰 스트레스다. 강아지가 접근 못 하는 자리에 둬야 한다.
  • 밥그릇은 따로. 사료도 다르고, 먹는 걸 뺏길까 예민해질 수 있으니 식사 공간을 분리한다.

서로 피하고 싶을 때 피할 수 있는 공간만 있어도 다툼이 훨씬 줄어든다.

이럴 땐 특히 조심하자

대부분은 천천히 진행하면 잘 되지만, 몇 가지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 강아지의 쫓는 본능. 고양이가 놀라서 도망치면 강아지는 본능적으로 쫓아간다. 장난처럼 시작해도 고양이에게는 큰 공포다. 초반에는 강아지가 흥분해서 쫓지 않도록 지켜봐야 하고, 필요하면 리드줄로 통제한다.
  • 덩치 차이. 큰 강아지와 작은 고양이라면 장난만으로도 고양이가 다칠 수 있다. 크기 차이가 크면 더 신중하게 접근한다.
  • 초반에는 자리를 비우지 않기. 아직 서로 익숙하지 않을 때는 둘만 두고 외출하지 않는 게 좋다. 완전히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는 함께 있을 때만 같은 공간에 두는 편이 안전하다.

이런 부분만 신경 쓰면 사고 없이 서로에게 익숙해질 시간을 벌 수 있다.

우리 막내는 자기가 강아지인 줄 안다

합사가 어릴 때 잘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 집 막내 고양이가 좋은 예다.

막내는 새끼 때 우리 집에 와서 강아지들 사이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자기가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모르는 것처럼 군다. 고양이답지 않게 사람을 졸졸 따르고, 강아지들이 노는 데 끼어들고, 심지어 강아지들 옆에 껴서 잔다.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낸 게 이렇게 컸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둘 다 어릴 때 만나면 잘 어울린다는 그 말이 정말 맞았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성격 차이가 궁금하다면 둘 다 키워본 비교 글도 참고가 될 것이다.

종이 달라도 가족이 된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사이가 나쁘다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서두르면 실패하지만, 나이와 성격을 고려해 천천히 단계를 밟으면 종이 달라도 충분히 한 가족이 된다.

우리 집 강아지 셋과 고양이 둘은 지금 서로 부대끼며 잘 산다. 물론 가끔 티격태격도 하지만, 그것도 결국 한집 식구라 그렇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려는 분들이 있다면, 어릴 때일수록 유리하다는 것, 그리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소개해야 한다는 것만 기억하면 좋겠다.

이 글은 전문 훈련 지침이 아니라 한 보호자의 경험 기록이다. 아이들 성격에 따라 합사 과정이 다를 수 있으니, 어려움이 크다면 반려동물 행동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