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첫째 쉐리는 유기견으로 만난 아이다. 2015년, 아내가 동물병원에서 일하던 시절에 인연이 닿았다. 포메라니안과 페키니즈가 섞인 것으로 보이는 흰 믹스견인데,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된 쉐리가 어느새 열한 살이 됐다. 이제는 매일 아침 심장약을 챙겨 먹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글은 노견이 된 쉐리를 돌보며 우리가 챙기는 것들, 노령견 케어에서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한 것이다.
강아지는 언제부터 노견일까
강아지는 사람보다 훨씬 빨리 나이를 먹는다. 소형견은 보통 일곱 살에서 여덟 살 무렵부터 노령견으로 본다고 한다. 대형견은 그보다 이르다.
솔직히 우리도 쉐리가 노견이라는 걸 한동안 실감하지 못했다. 늘 강아지 같던 아이가 어느 날 문득 잠이 많아지고, 예전만큼 뛰지 않는 걸 보고서야 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싶었다. 열한 살이면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다. 그걸 인정하는 게 케어의 시작이었다.
우리 쉐리의 하루는 약으로 시작한다
쉐리는 심장병으로 매일 약을 먹는다. 아침마다 약을 챙기는 게 이제 우리 집 일과가 됐다.
심장약은 하루라도 거르면 안 되는 약이라 신경이 많이 쓰인다. 여행을 가거나 집을 비울 때도 쉐리 약부터 챙긴다. 약 먹이는 것도 아이마다 방법이 다른데, 우리 집 아이들 약 먹이는 방법은 따로 정리해두었다. 매일 먹여야 하는 약이다 보니 스트레스 없이 먹이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했다.
쉐리가 앓고 있는 심장병이 어떤 병이고 어떤 증상으로 처음 알게 됐는지는 심장병 증상을 정리한 글에 자세히 적어두었다. 감기인 줄 알고 넘길 뻔했던 그 신호들이 사실은 심장병이었다.
노견이 되면 이런 변화가 온다
나이가 들면서 쉐리에게 하나둘 변화가 나타났다. 노령견에게 흔히 온다는 변화들이다.
- 잠이 많아지고 활동량이 준다. 예전처럼 온종일 뛰어놀지 않고 자는 시간이 늘었다.
- 관절이 약해진다. 쉐리는 젊을 때 슬개골 탈구 수술도 했던 터라 관절은 특히 더 신경 쓴다. 슬개골 이야기도 따로 적어두었다.
- 시력과 청력이 떨어진다. 불러도 반응이 예전 같지 않고, 눈도 조금씩 뿌예진다.
- 치아 문제가 생긴다. 나이가 들면 치석과 잇몸 문제가 늘어난다.
- 심장, 신장 같은 내부 장기 기능이 떨어진다. 겉으로 잘 안 보여서 더 조심해야 한다.
이런 변화는 한꺼번에 오는 게 아니라 서서히 온다. 그래서 매일 보는 보호자가 오히려 놓치기 쉽다. 어느 날 사진을 보다가 몇 년 전과 지금이 확실히 다른 걸 보고 마음이 짠했던 기억이 있다.
노견 치매도 알아두면 좋다
노령견을 키운다면 인지 기능 장애, 흔히 강아지 치매라고 부르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사람처럼 강아지도 나이가 들면 인지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 밤낮이 바뀌어 밤에 자지 않고 서성이거나 운다.
- 익숙한 집에서 방향을 잃거나 구석에 가만히 서 있는다.
-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사람을 잘 못 알아본다.
- 배변 실수가 다시 잦아진다.
이런 모습이 보인다면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인지 기능 장애일 수 있으니 병원에 상의해보는 게 좋다. 조기에 관리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과 병적인 변화를 구분하는 것도 노견 케어의 한 부분이다.
우리가 챙기는 노견 케어
쉐리를 돌보며 우리가 신경 쓰는 것들이다. 노령견을 키운다면 참고가 될 것 같다.
- 정기 건강검진. 노견은 최소 일 년에 한 번, 가능하면 반년에 한 번 혈액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한다. 쉐리 심장병도 결국 검진과 진료로 잡아낸 것이다.
- 체중 관리. 살이 찌면 심장과 관절에 부담이 커진다. 쉐리도 다이어트를 시켰던 이유가 이거였다.
- 먹기 편한 밥. 노견은 치아와 소화력이 약해지니, 사료를 물에 불리거나 살짝 데워 향을 올려주면 잘 먹는다고 한다. 한 번에 많이 주기보다 조금씩 나눠 준다.
- 미끄럼 방지. 관절이 약한 노견에게 미끄러운 바닥은 위험하다.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주면 좋다.
- 무리하지 않는 산책. 산책은 계속하되 예전만큼 격하게는 안 한다. 짧고 편안하게 바꿨다.
- 따뜻하게. 나이가 들면 체온 조절이 힘들어져서 춥지 않게 신경 쓴다.
특별한 건 없다. 그저 아이가 나이 들었다는 걸 인정하고, 몸에 맞게 하나씩 바꿔주는 것이다.
검진이 제일 중요하다
노견 케어에서 제일 강조하고 싶은 건 정기검진이다.
노령견의 병은 대부분 티 나지 않게 조용히 진행된다. 심장병, 신장병, 당뇨 같은 것들이 그렇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속에서는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쉐리도 처음엔 그저 기침을 조금 하는 정도였는데, 검사해보니 심장병이었다. 그때 검진을 미뤘다면 더 늦게 발견했을 것이다. 아무 증상이 없어 보여도 정기적으로 병원에 데려가 속을 들여다보는 것, 그게 노견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완치가 아니라 함께 사는 것
노견 케어는 병을 낫게 하는 게 아니다. 나이 드는 걸 막을 수는 없으니까. 대신 남은 시간을 최대한 편안하고 건강하게 보내게 해주는 것이다. 매일 약을 먹이고, 검진을 챙기고, 몸에 맞게 생활을 바꿔주는 이유가 다 거기에 있다.
쉐리는 유기견으로 우리에게 와서 벌써 십 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했다. 슬개골 수술도 하고, 다이어트도 하고, 이제는 심장약을 먹는 노견이 됐지만, 여전히 우리 집에서 제일 어른스럽고 든든한 첫째다. 매일 아침 약을 받아먹는 쉐리를 보면 짠하면서도 고맙다.
노견을 키운다는 건 이별을 조금씩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게 된다. 지금 노령견과 함께하는 분들이 있다면, 너무 슬퍼하지만 말고 오늘 이 아이와의 하루를 충분히 아껴주길 바란다.
이 글은 수의학 정보가 아니라 한 보호자의 경험 기록이다. 노령견의 건강 관리와 질환은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받으며 챙기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