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우리 집 강아지들 산책 시간이 딱 정해져 있다. 아침 일찍, 그리고 퇴근하고 난 저녁이다. 한낮에는 절대 나가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스팔트가 사람 손도 못 댈 만큼 뜨거운데, 맨발로 걷는 강아지 발바닥은 오죽하겠나 싶어서다. 여름 산책은 시간만 잘 잡아도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글은 여름철 강아지 산책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우리 집 방식과 함께 정리한 것이다.

한낮 아스팔트는 생각보다 훨씬 뜨겁다
여름 산책에서 제일 조심해야 할 게 바로 바닥 온도다. 우리가 신발을 신고 다니니 잘 체감하지 못하는데, 한여름 아스팔트는 정말 뜨겁다.
자료를 찾아보니 기온이 30도쯤일 때 아스팔트 표면은 50도가 훌쩍 넘어 57도까지도 올라간다고 한다. 사람 손바닥보다 예민한 강아지 발바닥은 이런 바닥을 잠깐만 걸어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강아지는 온몸을 발바닥으로 딛고 걷는데, 그 발바닥이 뜨거운 철판 위를 걷는 셈인 것이다. 내가 한낮 산책을 아예 안 하는 이유가 이거다.

그래서 우리 집은 아침과 저녁에만 나간다
우리 집 여름 산책 원칙은 간단하다. 해가 뜨거운 시간을 통째로 피하는 것이다.
- 이른 아침. 해가 완전히 뜨겁게 달아오르기 전, 바닥이 밤새 식어 있는 이른 아침에 나간다.
- 퇴근 후 저녁. 해가 지고 바닥 열기가 빠진 저녁 시간에 다시 나간다.
- 한낮은 안 나간다. 대략 오전 늦게부터 해 질 무렵까지, 제일 더운 시간대는 통째로 피한다.
알아보니 수의사들도 한여름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 뜨거운 시간대를 피하고,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저녁에 산책하라고 권한다고 한다. 우리가 하던 방식이 딱 그거라 다행이다 싶었다.
바닥 온도, 이렇게 확인하자
시간을 잘 잡아도 그날그날 바닥 상태는 다를 수 있다. 나가기 전에 아주 간단하게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손등을 바닥에 대보는 것이다. 손등을 아스팔트에 5초 정도 대봤을 때 뜨거워서 계속 못 대고 있겠다 싶으면, 강아지 발바닥에도 위험한 온도라고 보면 된다. 손바닥이 아니라 더 예민한 손등으로 재는 게 포인트다. 이 간단한 확인만 습관 들여도 화상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발바닥 화상, 이런 신호를 보자
혹시 뜨거운 바닥을 걷고 난 뒤 이런 모습이 보인다면 발바닥 화상을 의심해야 한다.
- 발바닥이 붉어지거나 물집이 생긴다.
- 걷기를 싫어하거나 자꾸 발을 든다.
- 발을 계속 핥거나 절뚝거린다.
이럴 때는 일단 뜨거운 바닥에서 벗어나 시원한 물로 발을 식혀준 뒤, 상태가 심하면 동물병원에 데려가는 게 좋다고 한다. 화상은 겉으로 가벼워 보여도 속으로 깊을 수 있으니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게 좋다.
발바닥만큼 무서운 게 열사병이다
여름 산책의 또 다른 위험은 열사병이다. 강아지는 사람처럼 땀으로 열을 식히지 못하고 주로 헐떡임으로 체온을 조절하는데, 더위가 심하면 이걸로 감당이 안 된다.
산책 중에 이런 신호가 보이면 열사병을 의심하고 바로 조치해야 한다.
- 혀를 길게 빼고 숨을 과하게 헐떡인다.
- 침을 심하게 흘린다.
- 기운 없이 처지거나 비틀거린다.
- 잇몸이 선홍색이거나 오히려 창백해진다.
이럴 때는 그늘이나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물을 조금씩 먹이면서,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열사병은 진행이 빨라서 골든타임을 놓치면 위험하다.
차 안에는 잠깐도 두지 말자
산책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함께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여름철에 강아지를 차 안에 잠깐이라도 혼자 두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여름 자동차 안은 창문을 조금 열어둬도 순식간에 찜통이 된다. 잠깐 볼일 보고 오겠다며 몇 분 두는 사이에도 차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 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책하러 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를 차에 두고 어디 다녀오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게 좋다. 이건 정말 몇 분 사이에 벌어지는 사고라 방심하면 안 된다.
산책을 다녀온 뒤에는 발바닥을 한 번 살펴보고, 미지근한 물로 발을 씻어 열기를 식혀주는 것도 좋다. 더운 날 산책의 마무리까지 신경 써주면 더 안심이다.
여름 산책, 이것만 챙기자
- 시간을 지킨다. 이른 아침과 해 진 저녁에만. 한낮은 피한다.
- 바닥을 손등으로 확인한다. 뜨거우면 나가지 않는다.
- 아스팔트보다 흙길이나 잔디를 걷는다. 같은 시간이라도 흙과 풀은 훨씬 덜 뜨겁다.
- 물을 챙긴다. 산책 중 목을 축이게 물을 가지고 나간다.
- 짧게, 무리하지 않는다. 더운 날은 평소보다 산책 시간을 줄인다.
특히 나이 든 강아지라면 더 조심해야 한다. 우리 집 첫째 쉐리는 이제 노견이라 여름엔 더 짧고 편안하게 산책한다. 노견 케어 이야기는 따로 정리해두었다.
산책 못 나가는 날은 집에서
폭염이 너무 심한 날은 사실 산책을 건너뛰는 것도 방법이다. 무리해서 나갔다가 화상이나 열사병으로 고생하는 것보다, 하루쯤 집에서 노는 게 낫다.
이런 날은 집 안에서 노즈워크나 장난감 놀이로 에너지를 풀어주면 된다. 산책만이 답은 아니다. 집 안 온도도 너무 올라가지 않게 신경 쓰고, 시원한 물을 늘 먹을 수 있게 해준다.
요즘은 쿨매트나 쿨링 조끼처럼 더위를 식혀주는 반려동물 용품도 많이 나온다. 아이가 배를 깔고 쉴 시원한 자리를 하나 마련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이런 것들을 잘 활용하면 산책을 조금 줄이더라도 아이가 덜 힘들게 여름을 날 수 있다. 더울 때는 아이 컨디션에 맞춰 유연하게 조절하는 게 제일이다. 여름 몇 달만 잘 넘기면 되니, 무리하지 말고 시원한 시간에 짧게 즐기자.
이 글은 수의학 정보가 아니라 한 보호자의 경험과 자료를 정리한 기록이다. 강아지가 더위로 이상 증세를 보인다면 지체 없이 동물병원의 진료를 받길 권한다.
